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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Installation -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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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ACO (219.♡.27.6) 작성일 09-04-08 03:38 조회 9,03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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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Amazon who evolved tireless by thoughts from provocation without reserve".
 
 
거침없는 도발에서 사유로 지침없이 진화하는 ‘여전사’
 
재능 있는 미술가들 덕에 오늘날의 한국 현대미술은 독특한 에너지와 매력을 지녔다는 찬사를 받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쏠린 세계 미술계의 이 같은 관심은 설치미술가 이불(45)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사’라는 별명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는 80년대 말부터 도발적인 나체 퍼포먼스를 벌이거나, 역겨운 괴물 형태의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게다가 화려한 장식물로 꾸민 날 생선을 미술관에 전시하면서 부패와 악취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선사해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97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내놓은 이 썩은 생선 ‘화엄(華嚴)’은 서양인들의 비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전시 기간 중에 철거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도발의 전략’에 충분히 공감했던 세계적 전시기획자들은 이불을 프랑스 리옹과 뉴욕, 베네치아의 주요 전시와 비엔날레에 연이어 초대하며 그를 미술계의 ‘수퍼노바(초신성)’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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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프랑스 파리 에서 연 개인전 ‘모든 그늘에서’에 이불씨가 설치한 ‘천지’(바닥 욕조)와 그 위에 크리스털 작품 ‘재와 불씨’ 등. [카르티에재단미술관 제공]

이불은 이후 젊은 여성의 육체적 매력과 전사의 힘을 뒤섞은 순백의 조각 ‘사이보그’를 만들었다. 미래의 인간 신체라 해도 전통적 여성의 성모델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비관론이 엿보인다. 그는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가 구축한 남성중심의 시각문화에 페미니즘과 몸의 정치학으로 맞섰다. 또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과 심미주의에 그로테스크와 대중문화로 응수했다.

그런 그가 2005년부터 서사적 풍경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시각적 영역을 개척중이다. 행동에서 사유로 물러난 듯한 새로운 작품세계는 풍경을 오브제화하려는 야심찬 조형적 시도다. 동시에 역사를 조감하고 재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는 보편적 자유와 인류의 해방을 목표로 했던 근대사를 ‘실현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열망’으로 간주한다. 인류를 사로잡았던 ‘완전함에 대한 이상’이 결국은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고 말았던 과거사를 냉정하게 돌아본다.

‘나의 거대서사’로 통칭되는 그의 프로젝트는 공유된 역사와 사적인 역사를 교직하는가 하면 공간과 스케일, 시점과 논리를 임의로 재구성해서 계몽과 보편의 이름으로 쓰여진 역사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중 ‘천지’(2007)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낡은 타일 욕조에 구현한 작품이다. 부패의 흔적, 음습한 물고문의 현장인 듯 욕조는 검은 잉크로 가득 채웠다. 거기 비친 눈덮인 백두산 산정이 흑백의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면서 민족주의의 이상이 범죄의 현장과 마주치는 역설을 강화한다.

대부분의 작가는 어느 한 시기 자신의 재능을 연소하면서 의미있는 족적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다. 반면 이불은 지칠 줄 모르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이슈메이커였던 그는 2010년대에도 여전히 건재할 요량이다.
중앙일보
안소연 전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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