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일반 전세계 ‘예술품의 귀환’ 시대…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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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16 12:21 조회 8,243회 댓글 0건본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박물관은 지난 달 15일, 파르테논 신전 북쪽 벽에 새겨져 있던 조각상의 일부를 그리스에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조각가 피디아스가 만든 남성상의 발꿈치에 해당하는 이 유물은 흔히 파르테논 신전의 문패로 통한다. 뒷면에 ‘파르테논’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박혀 있어서다.
전쟁과 약탈, 도굴과 밀거래를 통해 세계 유수의 박물관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예술품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뤄졌던 약탈품 청산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유럽과 미국의 이른바 ‘박물관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징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의 고고학자 존 파파도풀로스는 “인류가 마침내 누가 문화재를 가져야 하느냐는 논쟁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평가했다.
예술품의 잇단 귀환은 무엇보다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나라들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스 정부는 하이델베르크대 박물관의 발꿈치 조각을 돌려받기 위해 독일 정부와 여러 차례 협상을 펼쳤다. 유럽 곳곳에 흩어진 파르테논 신전 조각을 반환받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항아리를 되찾기 위해 이 항아리가 도굴됐다는 증거를 찾아내 미국 법원에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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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반환 결정이 잇따르면서 유럽과 미국의 유명 미술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비시(BBC)>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들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엘진 마블’을 소장하고 있는 대영박물관이 하이델베르크대의 반환 결정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게티미술관은 최근 불법으로 사들인 미술품 42점을 내놓으라는 이탈리아 정부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예일대 피바디미술관은 잉카문명의 유적지 마추픽추에서 발굴한 유물 수백점을 돌려달라는 페루 정부의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예술품 되찾기 운동은 1970년 제정된 유네스코 협약에 의해 촉발됐다. 약탈되거나 도굴된 미술품의 거래를 금지하고, 유물을 그것이 발견된 나라의 자산으로 규정한 이 협약에 따라 지금까지 3천여점의 문화재가 반환됐다. 유네스코는 “유물을 훔치는 것은 지구를 훔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아직은 돌아오지 않은 예술품이 훨씬 많다. 대표적인 약탈 문화재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문화재 반환 요구를 가차없이 거부한다. 문화재 반환의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소장품이 줄어들면 관광수익이 준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은 2002년 “일반인들의 감상권을 보장하기 위해 소장품 반환을 거부한다”는 선언을 내기도 했다.
한국도 이런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외국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는 7만여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돌려받은 문화재는 5000여점에 불과하다. 최근 프랑스가 1886년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의궤를 돌려받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담팀을 꾸렸으나, 성과는 불확실하다. 북한도 최근 재개한 일본과 수교 협상에서 문화재 반환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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