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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뇌졸중도 나의 예술혼을 꺾을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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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48.83) 작성일 06-01-27 13:37 조회 7,0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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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도 나의 예술혼을 꺾을 순 없어"

김기철 화백, 재활운동 1년여만에 다시 붓잡아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인연의 고리를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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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gif  ◇예술은 고뇌이자 환희라고 말하는 김기철 화백. 5+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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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통인시장 한 귀퉁이 허름한 건물에 김기철(59) 화백의 작업실이 있다. 그는 늘 만나면 시장통 감자탕집을 자랑하며 들르라고 했다. 감자탕에 곁들이는 소주 한잔이 전업작가에겐 고단한 현실을 잊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술로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작업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2년 전 어느 날부턴가 눈과 걸음거리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버스에 스치는 건물들이 눈부시고 벽이 균열돼 보였다. 길을 걷는 데도 자꾸만 차도 쪽으로 기울었다. 병원을 찾으니 뇌졸중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했다. 믿고 싶지 않아 병원을 나왔지만 얼마 후 오른손 등에 마비증세가 나타났다.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처지도 못됐다. 그는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술도 끊고 재활운동에 들어갔다. 1년여가 지나자 오른손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다시 붓과 힘겨운 씨름을 했다. 지난해야 비로소 예전의 손 감각으로 작업을 재개했다.

그는 말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업고 가듯 화가는 작품을 업고 간다고.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워 내려놓고 싶어도 자식을 떨어뜨릴 수 없듯이 끝없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화가는 어쩌면 자신만의 작품을 찾기 위해 성공과 완성이 존재하지 않는 길을 가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들이 아닐까.

그의 작업은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오방색을 풀어내 여백과 채색, 발묵과 필력 그리고 우연과 필연의 반복 속에서 물고기 등이 꽃으로 탈바꿈하는 ‘인연의 고리’를 형상화하고 있다. 언뜻 불교적 윤회 환생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는 생명을 상징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지저분한 우리에서 사는 돼지(생명)를 보고 “저들은 태어나기 전에 뭐였기에 저런 걸 먹고 사나” 하고 품었던 의문을 화가가 되어 작품화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존재에 대한 연민이 생명들이 꽃으로 환생하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 모든 생명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화폭으로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 존재는 그 자체가 한 송이 꽃 같은 아름다움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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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한지에 채색·2005년)

승부의 세계가 아닌 예술가의 길에서는 작가의 목소리가 분명한 작품 이외에는 그 무엇도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는 현재의 ‘고리’ 작업이 어떻게 변화될지, 그 변화된 작품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 작가의 길을 간다고 말한다. 예술은 고뇌며 환희다.

“작품이란 서로 비교되어서도 안 되며, 비교의 대상 또한 아닙니다. 단지 감상자의 감명을 바랄 뿐이지요. 그래서 화가는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한길을 인내하며 가야 하고, 그것이 그림쟁이의 본분입니다.”

용인에 있는 가족들에겐 한 달에 한두 번 들른다는 그는 가장으로서 직무유기 상태라고 말했다. 작업실 월세와 자신의 끼니를 겨우 충당해 가는 전업작가의 비애다. 하지만 그는 붓을 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쓸쓸히 작업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인간의 진정한 고독이 무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18∼28일 단성갤러리 개관 17주년 기획초대전. (02)735-5588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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